세계의 미신과 금기

행운을 부르는 자정의 포도 열두 알, 스페인의 독특한 새해 미신

행복장사꾼 2025. 6. 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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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31일 자정이 다가오면 스페인의 도시와 마을, 가정과 광장에서는 한 가지 공통된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모두가 손에 포도를 쥐고 시계탑의 종소리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첫 번째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부터 12번의 종소리에 맞춰 빠르게 포도를 하나씩 삼켜야 한다는 전통. 이 특별한 의식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오랜 신앙과 기대가 어우러진 문화입니다. ‘포도 12알 미신’이라는 말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들리신다면, 오늘 이 글을 통해 스페인의 새해맞이 풍습과 그 안에 담긴 의미, 그리고 비슷한 세계 각국의 전통까지 함께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twelve grapes, spain

 

 

어디서부터 유래했을까?

 


많은 이들이 이 풍습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세기 초입니다. 1909년, 스페인 남부의 알리칸테 지역에서 포도가 풍년을 이룬 해가 있었습니다. 생산된 양은 수요를 훨씬 초과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해 전야에 포도를 먹자'는 기발한 마케팅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1880년대 중반부터 마드리드의 상류층 사이에서는 프랑스풍 샴페인과 함께 포도를 먹으며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이를 풍자하며 같은 방식으로 새해를 축하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대중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마케팅적 요소와 귀족문화의 패러디가 결합되며 ‘포도 12알 전통’은 점차 스페인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오늘날에는 그 어떤 민속 행사보다 강한 상징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twelve grapes, spain

 

 

12개의 포도가 상징하는 의미

 


단순히 열두 알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매 알마다 하나씩 소원을 비는 것이 전통의 핵심입니다. 열두 번의 종소리는 새로운 해의 열두 달을 의미하며, 각 달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포도를 한 알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삼켜야만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이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밍은 매우 중요합니다. 스페인 전역의 사람들은 밤 12시,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의 시계탑이 울리는 순간을 TV로 함께 시청하며 일제히 의식을 시작합니다.

 

이 종소리는 일반적인 시계의 빠른 알람이 아니라, 약 3초 간격으로 울리는 느릿한 종입니다. 하지만 포도를 삼키기에는 여전히 바쁜 일정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씨 없는 작은 품종을 준비하거나 껍질을 미리 벗겨놓기도 합니다.

 

 

 

twelve grapes, spain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과 실천

 


스페인 각지에서는 이 의식에 대해 조금씩 다른 방식과 해석이 존재합니다.

 

카탈루냐 지방 

 

포도와 함께 금속으로 만든 동전을 손에 쥐고 먹기도 하며, 이는 ‘물질적 풍요’를 상징합니다.

 

발렌시아 

 

포도를 먹는 것과 동시에 빨간 속옷을 입는 것이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습니다.

 

안달루시아 

 

각 포도에 대한 소원을 조용히 속으로 말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처럼 동일한 전통이지만 지역마다 소소한 차이를 보이며, 각자의 해석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운을 기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twelve grapes, spain

 

 

실제 체험담과 대중문화 속 반영

 


한 스페인 현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릴 적부터 부모와 조부모가 함께 손에 포도를 들고 시계탑 방송을 기다리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풍습을 넘어서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정서적 유대감의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스페인 드라마나 광고에서는 이 장면이 종종 연출됩니다.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 슈퍼마켓에서는 미리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12개의 포도를 캔에 담아 판매하기도 하며, ‘포도 타이머 앱’까지 등장하여 포도 삼키기 도전이 하나의 놀이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twelve grapes, spain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와 영향력

 


이 미신은 오늘날 스페인 사회에서 단순히 재미나 전통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순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연결되는 의식의 통로가 되며, 한 해 동안 지친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감정을 다시 불어넣는 계기가 됩니다.

 

많은 이들이 농담처럼 “포도 다 먹으면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말에는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로 새해를 긍정적으로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디아스포라로 세계 곳곳에 흩어진 스페인 사람들도 이 전통을 고수하면서, 정체성과 연결된 감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아르헨티나, 필리핀 등에서도 이 의식을 따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twelve grapes, spain

 

 

비슷한 풍습을 가진 나라들과의 비교

 


스페인의 ‘포도 미신’처럼 새해 전야에 특별한 행위나 상징적인 음식을 통해 복을 기원하는 풍습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붉은 속옷을 새해 첫날에 입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집니다.

 

그리스 

 

‘바실로피타’라는 전통 케이크를 자르며, 안에 동전이 들어 있는 조각을 받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습니다.

 

일본 

 

정각이 되면 108번의 종소리를 듣는 ‘조야노카네’를 통해 새해의 번뇌를 씻어낸다고 합니다.

 

한국 

 

경우 떡국을 먹으며 한 살을 더 먹는 의미와 함께 새로운 출발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각국의 전통은 서로 다르지만, 새로운 해에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마음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열두 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하나하나에 담긴 소원이 쌓여 갑니다. 그 소망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당신의 삶 속에 조용히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작은 포도 알맹이 속에는 말하지 못한 바람과, 아직 오지 않은 계절에 대한 기대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시간에도, 그 열두 알처럼 맑고 단단한 희망이 한 알씩 찾아들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새로운 시작이 눈앞에 있다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마음속에 열두 번의 종을 울려보는 건 어떨까요? 고요한 행운이 당신의 입속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요한 기쁨으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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